사교육 문제 해결이 대한민국 복지의 열쇄이다.
자녀 1인당 양육비 2억 6천 시대
2011년 1월에 발표된 보건 사회과학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한 자녀가 태어나서 대학졸업까지 부모가 자녀 양육과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2억 6천만 원이라고 한다. 이는 재수나, 어학연수 등의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어서 실질적인 액수는 대략 3억으로 볼 수 있다. 자녀가 둘이면 거의 6억이 드는 셈이다.
과다한 교육비의 부담은 곧바로 저 출산으로 이어지고,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앞으로 한국 사회의 성장 동력을 늦출 것이 분명하다. 비단 국가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가계 적으로 보아도 과도한 교육비 부담으로 부모세대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불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지금 같은 사교육비나 교육비 지출로는 재테크도 불가능하고 노후 대비도 불가능하다. 즉, 다 같이 죽는 악순환 구조이다.
학벌사회,과잉경쟁=>과도한 교육비, 교육과잉=> 재테크 불가=>노후대비불가/복지부담가중
=> 저출산 => 성장 동력 상실
=> 수동적인 아이들 / 창의력 저하 => 국가 경쟁력 하락
이범씨는 <<이범의 교육 혁명>>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대한민국 복지의 본질적인 문제이고, 좌, 우 관계없이 모두가 나서서 국가의 존립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서민들만의 문제만 아니라, 기득권 세력들도 괴로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들도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을 시켜야 할 뿐 아니라, 소위 실패하면 외국으로 유학 보내야 하고, 사회에 나오기 까지 학벌 사회로 인한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공, 사교육 현장에서 지난 10년간 있어 보면서, 대한민국 사교육은 교육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교육과학 기술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 50년간의 경험에서 이미 결론이 나지 않았는가? 이전 보다 더 똑똑한 교수님들과 박사들이 이론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내지만,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고, 국민들은 학벌사회-과잉 교육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힘들다고 아우성치면서도 계속 지갑을 열어 교육 과잉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입시 제도를 바꾸고, 학원 수업 시간을 통제하고, 영어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해결 되지 않는다. 제도적인 차원의 정답은 <<이범의 교육 혁명>>과 같은 교육 평론가들의 책에 다 나와 있다.
입시 제도를 단순화 시켜야 하고, 수능 and 내신 and 논술의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수능 or 내신 or 논술의 강점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교육계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덧 붙여, 나는 학부모의 의식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마냥 이스라엘 교육과 핀란드 교육을 부러워만 하고, 여전히 부모와 아이들이 입시 지옥에서 헤매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부모의 수준이 이스라엘이나 유대인 부모, 핀란드 부모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성적과 결과 위주로 자녀를 평가하고,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행복할까 보다 어느 대학에 가서 부모 체면 세우고, 좋은 직장 얻을까에만 집중하니 무엇이 바뀌겠는가?
필자는 여기서 이러한 이론적으로는 옳은데 백날 실천되지 않는 문제를 다루고 싶지 않다. 사실 부모 교육의 문제도 전혜성 박사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나 <<엘리트보다 사람이 되어라>> 혹은 서형숙 씨의 <<엄마학교>>에 정답이 다 나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답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실천이 안 되느냐 이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필자는 1990년대 이후 사교육의 문제가 악화된 데에는 경제성장으로 집안에 남아돌게 된 '약간의 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거칠게 정리된 아래의 시대별 사교육 상황을 참조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시대 |
교육 상황/ 사교육 |
경제 상황 |
1950 -1970년대 |
- 본고사가 어려워서 사교육 유발 요인이 많음 - 소수 부자들이 자녀 과외를 시킴 |
-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함. - 대학은 소수만 진학 |
1980년대 |
- 본고사 폐지, 학력고사제도 실시로 입시 유형이 단순해 짐. - 약간의 경제 성장으로 서민들도 사교육에 관심을 가지나 전두환 정권에서 강력한 사교육 억제 정책을 폄 - 소위 몰래 바이트라는 비밀과외 형태로 유지됨 |
- 고도성장의 열매가 조금씩 서민들에게 나누어지며 소득이 늘기 시작 |
1990년대 |
- 재학생의 학원 수강이 허용되고, 대입 사교육이 성장함: 대형 입시 학원, 단과 - 영어 사교육이 성장하기 시작함: 유아 대상, 초등 대상 영어 교육 시장 팽창 |
- 올림픽 이후 국민 소득의 증가로 서민들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 - 대학 진학률 급속도로 증가 |
2000년대 |
- 특목고 입시 중심으로 사교육 급속도로 팽창 (초등, 중등 사교육 시장 확대) - 소위 말하는 내신대비 종합반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의 창의력이 급속도로 저하 - 입시제도 복잡화로 논술, 컨설팅 등의 부가 사교육이 등장 - 메가스터디로 상징되는 온라인 사교육 시장 성장 - 사교육 업체들이 증시에 상장되고 대규모 자본의 투자를 받으면서 자본의 논리가 더욱 심화 됨. - 영어 사교육의 안정적인 성장: 유치에서 중등까지는 확실한 수입 보장 |
- 학원 보내고 사교육 시키는 것이 하나의 문화와 사회 현상이 되어감 -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 달성(80% 대) |
2011년 |
- 수능 70만 명대 응시 - 2000년대 패턴이 지속화 됨 |
- 국민 소득 2만 불 유지 |
2010년대 예상 |
- 특목고 입시 약화로 중등 사교육이 줄 수 있으나, 이미 10년간 학원가는 것이 문화와 사회현상이 되어, 10년은 2000년대 패턴이 유지되고, 사교육 지출이 줄기 힘듦 |
-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한국 경제가 어려워도 만 불 이상은 유지할 수 있고, 여전히 사교육비를 지출할 가계 여력은 있다. |
2020년대 이후 |
현재 40만 명대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대학 가는 시점, 교육 수요의 절반이 줄게 됨. |
재앙이 시작될 시점이다. 부모들은 대책 없이 노후를 맞고, 아이들은 취직을 못한다. |
결국 현재의 사교육 문제는
학벌사회라는 구조적인 모순 +
복잡한 입시 제도와 교육계의 관료주의 +
소신이 없는 학부모 +
가계에서 남는 약간의 돈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정부는 사교육 업자들만 비난하는데,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비지니스는 하는게 어디 사교육자 만인가?
정크푸드, 탄산 음료도 팔고, 약물 오남용과 과잉 진료가 흔하고, 심지어는 정부에서 나서서 담배팔고 있지
않은가?
하여간 사교육 악화의 주범을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보자.
변수 |
1980-90년대 이전 |
1980-90년대 이후 |
학벌 사회 |
일제가 전해 준 악습으로 그대로 유지됨 |
여전이 유지 됨 |
입시제도 |
1980년대 본고사 폐지와 평준화 실시로 단순화 됨 |
수능, 내신, 논술(유사 본고사)의 등장으로 복잡해지고, 최근 입학 사정관제로 더욱 복잡해 짐. |
교육계 |
관료주의 |
많은 미국 출신 박사 및 교수진 합류 했으나 여전히 관료주의적 |
학부모 |
먹고 사는데 바빴으나, 대자연과 대가족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음. |
여전히 먹고 사는데 바쁘고, 대부분 맞벌이에 도시 생활, 핵가족으로 분명한 소신 없이는 자녀 키우기가 힘듦 |
돈 |
먹고 살고, 자식 중 똑똑한 1-2 놈 대학 보내기도 벅 참. |
먹고 살고 남는 돈이 생김. 학원에 보냄, 웬만하면 대학에 보냄. |
그리고 이 세, 네 가지 변수 중 1980-90년대 전후로 바뀐 것은 돈의 문제 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학벌 사회, 입시제도, 교육계의 관료주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나서서 개선을 한다고 해도 단시간 내에 개선하기 힘든 문제이다. 그러면 문제 해결의 열쇄는 '돈'의 문제에 있다. 이 먹고 살고 남은 돈이 각 가계에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교육이 되고, 실천이 된다면 사교육 문제는 답이 보일 수 있다.
황하 치수의 교훈
중국 고대 하(夏)나라 시조 우(禹)임금은 황하 강의 치수에 성공하여 순(舜)임금이 사후 천자(天子)가 되었다. 우왕의 아버지 곤은 고위 관료로 순임금의 명을 받고 7년의 가뭄과 홍수를 막는 치수사업을 하게 된다. 그는 범람하는 황하의 물길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제방에도 불구하고 홍수로 인해 수해를 입고 이재민이 발생하여 큰 피해를 당했다. 이에 순임금은 그 책임을 물어, 그를 처형하고 치수사업을 그의 아들인 우에게 맡겼다.
우는 아버지와 반대로 황하의 물길을 터주는 공사를 시작하였다. 물길을 막는 것보다 물길을 터주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합당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운하를 파는 공사를 강행하면서 자기 집 앞을 3년 동안 지나다니면서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아니하고 오로지 치수사업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홍수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아 하나라를 창업하였다.
이 고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사교육은 남아도는 돈(서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여전히 월평균 학원비로 30만 원 이상씩 지출할 여력이 있지 않은가?)을 못 쓰게 하기 위해, 학원을 단속하고,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남아도는 돈이 합리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고, 그 돈 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안정을 시켜 줘야 이 문제를 잡을 수 있다.
재테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교육
필자는 그런 차원에서 지난 1년간 교육 관련 카페나 사교육비 경감 카페가 아닌 재테크 카페에서 사교육비 경감 칼럼을 써왔다.
경제적 자유인이 되기 위한 공식은 단순하다.
경제적 자유 = (수입 - 지출) X 현명한 재테크 X 시간 |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를 목표로 하는 부부들과 예비부부들에게 가계 지출을 가장 많이 절약할 수 있는 사교육비 경감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공부와 실전 테크닉을 갖추어야 하는지 설명하였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다시 마음을 다지고, 하나씩 실천해 보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박범영 소장님의 협조로 베스트 글로 뽑히면 조회 수가 만 건이 넘어가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시해 주고 있다. 앞으로 사교육 문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분들의 공감이 필요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되어야 적기 교육을 하고 아이에 맞는 교육을 하는 부모가 '바보'가 안 되고, 오히려 무분별한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바보'로 취급받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다.
아이와 내 가정을 지키는 길
지금까지 전문가 칼럼에서 수 많은 글을 통해 이야기 한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공부하는 부모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몇몇 시민 단체 중심으로 행해지는 엄마 학교, OO 학교와 같은 학습 공동체가 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공동체를 통해서 좋은 영상 자료와 책을 보고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좋은 강연을 듣거나 정보를 얻는 것과 지식을 체득하는 것은 다르다. 같이 토론하고,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실천해 보아야 한다. 자연과의 교감을 늘리기 위해 주말에는 아이들과 등산을 가거나 자연 속에서 같이 시간 보낼 시간을 갖고, 집에서 요리를 하고 집밥을 많이 멍거야 한다. TV를 없애고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작은 실천을 해 보면 정말 기적처럼 작은 변화가 시작 된다.
아무쪼록 많은 부모들이 공감하고, 전국에 공부하는 엄마 아빠들의 모임이 생겨서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 아이와 가정을 지킬 뿐 아니라 걱정 없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참고 문헌
심정섭, 정크푸드, 사교육, 감기약, 그리고 담배, 텐인텐 전문가 칼럼, 2010
서형숙, 엄마학교, 큰솔, 2006
전혜성,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랜덤하우스, 2006
전혜성, 엘리트보다 사람이 되어라(개정판), 중앙북스, 2009
이범, 이범의 교육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