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를 시작하게 된 이유
저는 지금도 지난 몇 년간 저희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 꿈만 같습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 아이가 초등 고학년때 평촌이라는 명문 학군 지역으로 이사했습니다. 다른 가정처럼 아이 사교육 시키고, 좋은 중고등학교에 보내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유해 환경도 적고 아이들도 순한 것 같아서 처음에는 좋았지만, 점점 우리 가정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았고, 공부에서도 기대한 만큼 큰 성과가 나지 않았습니다. 공부도 탁월한 것도 아니고, 뭐하나 잘 하는 것이 없어 보이는 아이에게 잔소리가 많아지고, 저도 점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갔습니다.
비싼 집값과 아이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진 남편은 더 치열하게 회사 생활을 하려 했고, 주말에는 쉬지도 못하고 부동산 공부를 하고 투자하러 여기저기 뛰어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성과도 있었지만, 남편의 몸과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갔습니다. 우울증이 심해졌고, 아이와의 충돌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공부를 하던 남편이 심정섭 선생님의 <학군지도>책을 보고, 저 보고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를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아이 입시에 도움도 얻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려는 마음에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는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른 내용 이었습니다. 부동산 면에서는 학군이 의미가 있지만, 아이 교육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명문학군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내공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해 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분에 대해 좀 더 알아 봐야겠다는 마음에 심 선생님이 쓰신 다른 책과 블로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심 선생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가, 학군이나 입시에 매달리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은 분명히 파악하되, 그 현실에 우리 아이를 줄 세울지 아닐지는 신중히 판단하고, 가능하면 가정 중심 교육을 하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 자녀 교육이나 하브루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심 선생님이 진행하는 모임에 한두 번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0월 필리핀 오지 감사교육을 온 가족이 다녀오면서 저와 저희 가정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상세한 그 과정을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고, 이후 지속적으로 역사 하브루타 모임과 심 선생님이 진행하는 가족 식탁 모임에 참석하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교육 원리를 하나씩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겨울 필리핀 보홀에서의 열흘간의 하브루타 실천 모임 여행을 갔다 오고 난 이후,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본격적으로 하루 한 시간 성경 통독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루 한 시간 아이와의 지혜독서 실천
지혜독서의 책을 성경으로 정하는 데는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어려서 교회에 가본 이후 교회에 꾸준히 다니지는 못했지만, 성경에 대해 큰 편견이 없었고, 필리핀이나 주변에서 신앙생활하시는 분들의 좋은 모습을 보아서 다른 텍스트 보다 성경으로 지혜독서를 꾸준히 하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심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통독 쓰기 나눔의 구성을 기본으로 하였고, 어느 정도 한글 성경 읽기가 안정된 이후 영어 성경 한 구절 암송하는 순서를 추가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한 감사 나눔으로 마쳤습니다.
먼저 아이와 저녁 시간에 정해진 본문을 읽습니다. 보통 5장을 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창세기 1장에서 5장까지 같이 읽는 것입니다.
(1) 한 장을 한 사람이 읽습니다.
(2) 그리고 이 장 가운데 가장 마음에 다가오는 구절을 하나 노트에 적습니다.
이런 식으로 5장을 돌아가면서 읽습니다. 1장 아이, 2장 아빠, 3장 엄마 4장 아이, 5장 아빠 식으로.
(3) 그리고 5장을 다 읽으면 자기가 적은 구절가운데, 나누고 싶은 한 구절을 뽑습니다.
(4) 그리고 그 구절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왜 이 단어를 오늘 읽은 전체 내용의 키워드로 정했는지에 대해 서로 나눕니다.
우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좋은 질문을 만들고, 체계적인 하브루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가볍게 하나의 단어만 선택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니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실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이 생기고, 나눔의 깊이가 더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실천을 한지가 이제 거의 5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고 5달 동안 저나 아이에게 정말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게 해 주었을 때 생기는 일
먼저 아이가 저녁에 이렇게 한 시간 엄마와 함께 성경책 읽고 나누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전에도 몇 번 역사나 인문학 텍스토로 아이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아이가 집중도 잘 못하고, 아이가 싫어하니 저도 억지로 시키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순순히 같이하고, 참여하는 태도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큰 차이는 보홀을 다녀오고 난 이후 생긴 것 같습니다.
보홀에 심 선생님 및 다른 가정과 함께 열흘 있는 동안 제 아이는 아침에 성경 나눔과 저녁에 감사 나눔 하는 시간 이외는 정말 하루 종일 수영만 했습니다. 숙소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거의 하루 7-8시간 이상 수영을 한 것 같습니다. 얼굴이 타고 물안경 쓴 부분만 하얗게 되어서 안경을 벗으면 얼굴이 판다처럼 될 정도였습니다. ^-^
처음에는 ‘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조금 놀고, 심 선생님이 진행하는 하브루타 수업에 들어와서 같이 공부했으면 했는데, 아이는 공부에는 전혀 마음이 없었습니다. 약간 실망은 되었지만,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 아침에 성경 나눔하고, 저녁에 감사 나눔 하는 습관은 만들어 가니까 이정도로 만족하자고 기대 수준을 낮췄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저녁 성경 통독 모임을 시작하자, 아이가 이전보다 훨씬 집중하고, 성경을 읽을 때도 목소리가 우렁차졌습니다. 여전히 손을 까닥대거나 자세를 바로하지 못하는 등 어른들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이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습니다.
심 선생님과 이런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니, 심 선생님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게 해 주니까, 하기 싫은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고 하십니다.
자기 재능을 찾아가는 아이
둘째는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가고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에 한 시간씩 성경 읽고 나누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아이를 바라보니 저도 훨씬 여유가 생겼습니다. 잔소리도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는 겨울 방학 동안 평촌 공원에 나서 연을 날렸습니다. 수영을 하루 7-8시간 했던 몰입능력(?)으로 이번에는 하루에 4-5 시간 나가서 연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좋은 할아버지를 만나 연을 날리는 법을 전수받고, 하늘 높이 연을 날리는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아이가 연을 날리면 사람들이 주변에서 모이고, 잘 한다고 칭찬해 주니 아이는 더 열심히 연을 날리고 연에 대해 연구하는 하는 상승작용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 할아버지와 평촌 중앙공원 연 날리기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전 같으면 중학교 올라가는 아들을 학원도 안 보내고, 중학교 과정 선행도 안 시키고 제 정신이냐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지금은 좀 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유 가운데 신기하게 아이는 자기 할 일을 찾아 갔습니다. 맨날 연만 날리고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난 시간에는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 공부는 자기가 스스로 문제지를 정해서 풀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할 때도, 오전에 온라인 강의를 듣고, 숙제를 다 해놓고, 연 날리러 나갔습니다. 전에는 계속 공부하는지 감시하고, 독촉해도 얼마 되지 않는 숙제도 밀리고, 숙제를 하지 않고도 했다고 거짓말까지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를 믿고 맡기니 자기 일을 스스로 해 나가고, 자기 일 뿐 아니라, 부모가 찾아 주지 못했던 재능도 스스로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높아진 아이의 자존감
마지막으로 아이의 자존감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학원과 공부를 내려놓고, 지혜독서에만 집중하니 제 눈에도 아이가 잘하는 것이 훨씬 많이 보였습니다. 학원과 학교에서는 중간 밖에 못 가는 아들이었지만, 사회에서는 유일하고(Only one), 최고(Number one)인 게 많았습니다. 아이 학원을 안 보내니, 일주일에 한 번 씩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가게 봉사 활동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우리 아들은 최연소 자원봉사자입니다. 때로는 능수능란하게 어른 손님을 접대하고, 가게에서 큰 일꾼을 역할을 합니다. 평촌공원에서 아이는 연날리기 챔피언입니다. 아이가 연 날리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홀에 가서 보니, 아이는 낯선 필리핀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사귀는 엄청난 친화력과 사회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교성은 나이차가 50이상 나는 할아버지나 어른 동호회 회원들과도 무리 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모습을 보며, 심 선생님이 자주 말씀 하시던 “내가 자녀 교육 때문에 무언가 계속 불안하다면,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 공부, 진로, 인생의 성공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자. 그냥 아이와 하루 한 시간 나는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혜독서를 성경으로 하자. 그 것 이외에 나머지는 다 내려 놓자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몇 년 동안 고민했던 아이의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가 좀 더 공부를 잘 했으면...
공부는 좀 못 하더라도 좀 더 자신감 있고, 씩씩하게 자기 의견을 말했으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고, 게임이나 안 좋은 것에 빠지지 않았으면...
뭐래도 하나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무엇보다, 자기를 사랑하고 높은 자존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아이를 키우며 제가 이루고 싶었던 교육적 목표가 하루 한 시간 성경 통독을 통해 하나 하나 이뤄져 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나의 변화
사실 하루 한 시간 성경 통독 실천을 통해 변한 것은 아이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보다 제가 더 큰 도움을 받고, 제가 좀 더 인격적으로 성숙해져 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거의 매일 내가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를 통해 배워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에너지로 아이와 남편을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전 보다 좀 더 참을 수 있고, 좀 더 기다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앞으로 계속 아이와 성경으로 지혜독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아이 진로나 공부는 아이에게 맡기고 아이 뒤를 따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 시간에는 좀 더 공부하고 아이가 독립하고 난 후 저의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준비를 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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