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비용 최대 효과의 영어 학습법
산동성의 영어 고수
1992년 우리나라는 중국과 정식 수교했다. 이전까지 경제적 교류는 있었으나, 공식으로 국교를 맺고, 사람들이 비자를 받고 왕래가 가능해 진 것은 1992년 이었다. 여전히 중국을 중공이라고 부르고, 공산당은 이마에 뿔 난 사람들로 생각되던 시절에, 나는 학과에서 마련한 산동대학 연수 및 중국 탐방팀에 신청하여 1993년 최초의 해외여행을 중국으로 갈 수 있었다. 당시 산동 대학에 가보니, 전 서울대 총장님이셨던 조완규 박사님도 산동 대학 초청으로 산동성 수도인 지난에 와 계셨다. 조 박사님께서는 한국 학생들을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중국과 수교한지 얼마 안 되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나도 영어는 되지만 중국어가 안 돼서, 중국에서 어떻게 의사소통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말예요. 여기 와 보니까 대학 측에서 영어 통역을 하나 붙여 주더라고. 처음에는 이 아가씨가 얼마나 영어를 할까 염려스러웠는데, 발음, 어법, 고급스런 표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물었지"
"아니, 아가씨 혹시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학했나요?"
"아닙니다. 저는 중국에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그럼 영문학을 전공했나요?"
"네, 영문과입니다."
"보통 영문과라고 해도 읽고, 쓰고는 해도 아가씨처럼 완벽하지 듣고 말하기까지는 쉽지 않은데, 어떻게 공부를 했나요? 특히 한 번도 영어권 국가에 나가 본적이 없다고 하면서..."
"네, 저희 교수님께서 저희를 훈련시킬 때 영어 성경과 중요한 문학 작품 몇 권을 통째로 다 암송하게 하셨습니다."
"아니 중국은 공산 국가라 신앙생활을 할 수 없을 텐데, 혹시 기독교인인가요?"
"아닙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지도 교수님께서 성경을 알아야 영미권의 사고를 이해 할 수 있다고 하셔서 신약은 거의 완벽하게 외우고, 구약 부분도 상당 부분 암송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며, 연신 이 통역을 한 대학원생을 칭찬하셨다. 당시 이 학생이 얼마나 영어 관련 테이프를 가지고 본토인의 발음을 들을 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암송을 통해서 외국어를 이정도로 정복할 수 있구나 하는 최초의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영어 암송은 이렇게 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교재나 선생님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적의 영어 학습 방법이 될 수 있다. 이후 영어 암송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적용 방향성을 모색하던 중 우리 교회와 연결되어 있는 필리핀 선교지에 영어 암송을 통한 학습 방법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필리핀 오지의 고아들
마닐라에서 버스를 타고 8-9시간 정도 루손섬 북쪽으로 올라가면 마리아 오로라라는 지역이 나온다. 마리아 오로라의 주도인 오로라에서 다시 트라이시클을 타고 한 시간 정도 들어가고, 다시 개울을 대 여섯 군데 건너면 작은 동산이 나오는데 이곳에 하비루 애비라는 기독교 공동체가 있다. 이 하비루 애비에는 관리 집사 가족과 4명의 선교사 후보생과 고아 형제 5명이 살고 있다. 이들 고아는 부모가 아이들을 버리고 도시로 가 버려서, 선교사님이 기도 공동체에 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서 현재 2년째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큰 아이는 18살로 작년에 고등학교를 마쳤고, 둘째는 16살, 셋째는 12살, 넷째는 9살, 막내는 7살이다. 어린아이들은 1시간 정도 읍내로 나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문제는 큰 아이들 둘의 교육이었다. 대학을 갈 수 있는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오지에서 코코넛을 따고, 공동체 일을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프로그램이 영어 성경 암송을 통한 영어 학습이었다. 이곳에서 제대로 된 책이라고는 타갈로그어 성경과 영어 성경, 그리고 몇 권의 영어로 된 자료뿐이다. 필리핀이 영어가 공용어 이기는 하지만, 대학 교육 이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영어 수준은 그저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에 불과하다. 시골로 들어가면, 기본적인 영어 이외에는 거의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들이 영어 실력을 늘리고, 다른 영어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이 필요했다.
올해 5월에 선교지를 방문해서 이 청년들에게 영어 성경 음성 파일과 영어 성경을 주고 내가 다음번에 올 때까지 외우라고 과제를 주었다. 11월에 다시 방문하니, 요한복음 1장을 간신히 외운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혼자 하다 보니, 진도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5월 보다 영어 구사력이나 어휘력은 조금 나아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11월에는 다시 이전의 누적 암송 방법을 개선한 새로운 낭독-암송 방법론을 가르쳐 주고 내년 4월에 내가 다시 갈 때 까지 요한복음 전체를 다 외울 수 있도록 해 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인터넷이나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얼마나 했는지는 내년에 다시 가봐야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이 교육을 받고, 영어를 좀 더 잘해서 좀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이렇게 암송 영어는 단순히 효과적인 영어 학습법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가난한 자들을 위한 영어 학습법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역으로 좋은 선생님 좋은 교재를 살 수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도 좀 더 경제적인 학습법으로 암송이 사용될 수 있다. 체계적으로 꾸준히 낭독-암송을 해 나간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수준의 영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Columnist 소개 ★
글쓴이 심정섭은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학사 편입 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IMF 1세대로 중소 무역회사, 컨설팅 회사, 현대 자동차 해외 영업 본부를 거치며, 바닥부터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시기에 잠깐 했던 영어강사 생활을 통해 본인이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고려대 학사 편입 한 후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0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유태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정섭의 자연학습법 cafe.daum.net/nature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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